본문 바로가기

소장품

백락종, 무제, 캔버스에 유채, 1957
백락종은 1957년 이 작은 유화에서 철조망을 배경으로 서있는 한 소년의 모습을 그렸다. 햇빛에 새카맣게 그은 피부와 얼굴에 눈망울만 하얗게 강조된 유머러스 한 표현이 전쟁 후 가난했던 시절의 소년들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. 바로 1950년대 우리들의 자화상이자 풍속화라 할 만하다. 양식적으로 표현적인 참신한 시도와 리얼리티의 구현에서 작가의 조형적 감각과 기량이 드러난다. 백락종은 이 그림에 앞서 만든 대작 〈군상〉(1956)에서도 예리한 관찰을 토대로 나룻배 안의 인간 군상을 묘사한 독특한 구성과 구상성으로 개성 넘치는 성취를 보여주었다.
그림 속 소년은 철조망을 양팔로 벌리듯 잡고 앞쪽을 응시하고 있다. 서로를 적대시하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전쟁 후 분단 상황을 더욱 고착시켜 나가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불안과 위기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철조망을 소년의 맑은 눈빛과 대비한 통찰력이 빛난다.

『소장품 100선』, 대구미술관, 2019